yiluenna ‘고백’ 




악에 받쳐 열심히 살았습니다. 내가 열심히 사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가 "나의 열정"이라 스스로를 설득하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가리려, 더 많이 웃고, 더 목소리 높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많은 눈을 마주했습니다. 작아 보이고 싶지 않아 악착같이 그들의 눈을 마주쳤고, 동양인에 대한 그 모든 고정관념이 싫어 먼저 눈을 피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eyes



사실 그런 나의 모습이 '당당하다' '나의 그러한 모습이 좋다'며 포장하던 때도 있었으나, 예기치 못하게 한국행을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마주하던 그 눈들을 무서워하던 과거의 어린 "나"를요. 무섭고 두려웠지만, 타지에 혼자 떨어진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악에 받쳐 마주하던 그 모든 눈을요. 내가 두려워하던 건 그들의 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말과 눈에서 느껴지는 온도 차.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참으로 다정하고도 따뜻한데, 나를 향하는 눈은 왜 그리 차가웠는지. 어쩌면 그들의 말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리도 따뜻했을지 모릅니다. 내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을 신경 쓴 말이었기에 그들의 눈과 다르게 따뜻했을지도 모르죠. 그들의 입과 불과 몇 인치 떨어진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냉기는 나를 얼리기에 충분했고, 그 온도 차는 언제나 두려웠습니다.



insomnia



eyes


self-censorship



사실 그 온도차의 이유는 누구보다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동양인이기에, 여성이기에, 외국인이기에, 못생겼기에, 외향적이지 않기에, 잘 웃지 않기에, 그들과 다르기에 혹은 그들과 너무 비슷하기에. 그리고 그들이 처음 설정한 이유가 사라진다고 한들, 그들은 또 다른 이유를 찾을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언제나 무섭습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pouring


내가 지켜야 하는 것



그림으로 지금에서야 고백합니다. 난 그 눈들이 참 무서웠습니다. 아니 지금도 무섭습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 고백을 예술의 힘을 빌려 굳이 지금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상은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뱉어낼 만한 곳이 못 되지만, 예술의 품 안에서는 그래도 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나의 고백을 전시를 통해 공유합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다른 이들을 마주하는 그대들의 눈은 어떠한가요? 상대에 따라 당신의 눈은 어떻게 변화하나요? 또, 저의 어린 마음속 가장 여린 곳을 꺼내 보인 저를 바라보는 그대들의 눈은 어떠한가요?



자화상

 






ALL IMAGES AND TEXT © yiluenna

IG @luennakang 


















. epilogue

전시를 준비하며, 나를 마주했던 그 모든 눈 그리고 이를 마주한 나의 감정을 끄집어내었다. 마음 저 아래 가장 어두운 곳에 곪아 터져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모든 감정은 사실 내 마음 이곳저곳 모든 것에 스며들어있었다. 어떤 감정은 내가 예상했던 저 아래 본인을 찾지 말아 달라는 듯, 하지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영향을 끼치겠노라 깊이 박혀있었고. 다른 감정은 나의 가장 투명한 줄 알았던 마음에 섞여 본인의 어둠을 빌려 그 투명함을 빛내주고 있었고, 또 다른 감정은 마음 문 앞에 서 제발 알아봐달라고 본인을 그곳에서 꺼내 달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든 감정을 꺼내 그림을 그렸다.

사실 눈과 나의 감정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그 모든 감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 따윈 없었다. 밖으로 게워내야겠단 단념 하나였다. 그렇게 그림을 그렸고, 전시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나의 감정을 마주하고 보듬어준 나의 그 마음은, 나조차 알지 못했던 묵은 감정마저 꺼내 보였고, 난 그 모든 것을 그림으로 풀어내었다. 그렇게 나의 이해되지 못할 마음, 감정, 혹은 또 다른 어떤 것을 고백하였다.


전시 준비가 끝나갈 무렵, 해방감을 느꼈다.



물론 내가 예술의 힘을 빌려 게워낸 감정들을 다시는 느끼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겠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고, 다시 돌아왔을 땐 더 크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돌아와 나를 집어삼킬지 모른다. 나의 고백으로 인해, 다시 생긴 마음의 빈칸들에 무엇이 들어와 다시 그 공간을 메울지 모르겠으나, 고백하건대 

지금 나의 마음은.. 후련하다. 해방감을 느낀다.



아마 앞으로 나의 숙제는 그 비워진 공간을 잘 채우는 일이겠지. 과거 내가 나의 마음을 외면하며 곪아버린 모든 감정을 처박아뒀던 공간을 이번엔 나의 감정, 마음, 나의 모든 파동에 귀 기울이며 다시 한번 채워나가는 것이겠지. 이젠 비어버린 그 공간에 어떤 것이 들어앉을진 모르겠으나, 내가 만든 나의 공간이 나로 인해 채워짐을 느끼고 그 모든 과정을 나의 방식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저의 고백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마음을 다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기회를 주신 빈칸과 트라아트에게도 감사하단 말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