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 Chaeng







예술 작품은 작가가 세상을 이해한 바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예술가의 선한 영향력이란 비정형적인 사고의 꼭대기에서 경험과 고뇌의 과정을 통해 사회에 공존하는 불협화음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향력은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권위를 가진다거나 권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이 작품을 망친다고 하지만 PC함과 작품성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 다양한 목소리와 그것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창의력이고 예술이다. 예술가는 선택적으로 이 창의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만연하고 권위적인 틀을 해체하여 무언가를 향해 반항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유희 장치로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작품이 약자의 억압을 담보로 하지 않고도 가치가 있어야 작품성으로 포장 할 수 있다. 지금껏 내가 여성으로 살며 겪어왔고, 또는 겪을 모든 성적 언행들은 작품을 통해  고발되고 그리고 그 작품들은 나의 일기가 되었다.


나의 작업은 젠더불평등, 인종차별, 인권, 동물권 또는 계급자본주의 등 어느 한 쪽이 한 쪽을 지배하고 이용하며 통제하려고 하는 '착취할 권리'라는 신념에 대항하고 투쟁한다. 작품을 통해 배타적인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명과의 공존을 모색할 필요성에 대해 전달하고 있다. 이전 작업들은 주로 여성으로 살며 경험한 이야기를 재료로 여성의 성이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끊임없이 남성의 소유화되고 환상적 대상이 되는 점을 비꼬고 있다. 브래지어로 작업한 작품은 40-50명의 기부자가 있었고 158개의 브래지어를 모아 316개의 조형물로 완성했다. 기부자들은 '탈코르셋', '유방 수술' 이유로 기부했고 10% 정도는 낡거나 맞지 않아서 였다. 재료보다도 그들의 기부 원인이 작품을 완성시킨 것이다. 


나는 주로 페미닌한 작업을 하지만 그 외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작업에 담는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또는 선진국의 조건.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이다. 임산부, 장애인, 퀴어 뿐만 아니라 인종, 종교, 언어, 성으로 구별되는 사회의 소수자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의 위치이다. 지금의 사회는 빠르게 변화되는 시대의 추이를 따라 논쟁을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내가 표현하는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새빨간 이미지를 가진다. 빨간색은 주로 피나 열정을 뜻하나 내 작업 속에서 빨간색은 희생, 고통, 성, 투쟁, 평등을 의미한다. 또 투명한 아크릴 판은 투명성을 통해 보이는 시선들을 가리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나는 주로 글(기사, 책, 포스팅 등)을 읽고 떠오르는 대로 스케치 한 뒤에 구성한다. 스케치는 낙서와 같이 천천히 오래 보며 수정하고 덧대며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다. 주로 여성 인권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데 예를 들어 2018년도부터 일어난 아르헨티나의 임신 중단 합법화 시위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그들의 시위 퍼포먼스나 문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피가 묻은 흰 천으로 온 몸을 덮은 채 누워 시위하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설치와 행위를 병행하는 작업을 계획한다. 옷을 모두 탈의하고 흰 면천에 누워 다리 사이로 빨간 물을 쏟아낸 뒤 일어난다. 그리고 작가의 몸을 통해 찍어낸 천을 벽에 전시한다. 사람의 형상인 듯 짐승의 형상인 듯한 모양을 통해 괴기스럽고 해괴한 느낌이 든다. 그 모든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여성이 사는 삶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지향한다.  


과거에는 종교, 예술, 교육에 대한 비판을 의도로 작업했다. 그러나 여성이자 동양인인 내가 살면서 직접 겪는 일들에 대한 스토리가 생기고 경험에 의한 이야기로 점차 자리를 잡게 되었다.




GULABI GANG

굴라비갱은 인도의 여성주의 단체로 핑크색 사리를 입고 몽둥이를 든 채 가정폭력 가해자들을 찾아내어 응징하는 단체이다.

2006년 조직되어 현재 4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두고 있으며 그들 중 대부분은 가정폭력과 성폭행의 피해자이다. 굴라비갱의 지도자 삼파트 역시 12세의 어린 나이로 결혼하여 이웃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계기로 단체를 설립하였다.

인도의 관습적인 여아살해, 명예살인은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 굴라비갱은 이러한 하층민 여성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항하며 현실문제에 대한 언론보도와 피해자들의 법적 문제까지도 연대하고 있다.  

110x70cm, 캔버스에 수채, 유화 / 2020

사진을 페인팅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www.arindam-mukherjee.com




Women with Guns, 총든 여성들

118x66cm, 캔버스에 수채, 유화 / 2020

흑백사진을 페인팅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229613280972249823/

 



Black Lives Matter!

최근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또 한 번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폴로이드가 사망했다. 흑인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시안의 인권 또한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73x75cm, 캔버스에 수채, 유화 / 2020

흑백사진을 페인팅으로 옮긴 작업이다.

이미지 출처: pinterst.com




Woman's Right

이 사진은 <로 대 웨이드 사건> 당시 촬영된 사진이다. 1973년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여성의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 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 판례는 미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 중 역사상 가장 논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판례 중 하나이다.

70x50cm, 캔버스에 아크릴, 유화 / 2020

흑백사진을 페인팅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1220470072500

 



Mayfly, 하루살이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미련없이 살아가고 술과 담배만이 외로운 나의 벗이 된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사회에서의 이중적인 나는 홀가분히 던져낸다. 하지만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땐 이미 내 하루는 저물었다.  

90.7x72.5, 캔버스에 유화. 포토 콜라주 / 2019

유화 작업 후에 이미지를 콜라주한 디지털 작품이다




Empty Space, 빈 공간감정이 없다고 슬프지 않을 순 없다. 냉철해 보이는 사람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잃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10x10cm, 종이에 수채 / 2021

 



Minority, 사회적 소수자

30x30cm, 켄트지에 수채 / 2019




Fetus, 태아

20x20cm, 종이에 오일파스텔 / 2021





Definition of equality 시리즈


Colored


Animals


Boundary


Corset


Equal

모든 작품 40x40cm. 캔버스에 아크릴 / 2019

 



무제

졸업하자마자 겪게 된 코로나 상황. 폭행 가해자와 함께 지내고 있는 집. 와중에 부모님의 건강악화가 찾아왔다. 생활비를 보태야 하는 상황으로 급하게 아무런 일자리를 얻게 된다. 갑갑한 마스크를 벗어도 답답하기만 한다.

90x117cm, 캔버스에 유화 / 2021




Destination, 목적지

여성해방운동과 유방수술로 인해 버려지게 된 브래지어들을 약 40여명의 여성들에게 기부 받았고 316개의 정자를 만들어 완성했다. 목표와 자유를 향해 한 곳으로 헤엄쳐가는 정자를 형상화 함으로써 여성들의 연대의식도 볼 수 있다.   

가변크기, 철망에 브래지어 / 2019




SKIN

60x100cm, 합피에 채색 / 2018




Abortion Demonstration, 임신중절 시위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단 합법화 시위가 있었다. 여성들이 사체를 덮듯 피묻은 천을 덮고 길에 누워있는 강렬한 시위였다. 이 시위에서 받은 영감으로 그 해에 참여한 독일의 레지던시에서 '피 묻은 천'을 전시했다. 흰 천을 깔고 맨 몸으로 누워 다리 사이로 피를 흘려내 찍어내는 퍼포먼스 겸 설치 작업이었다. 

150cm, 광목천에 피 / 2018




Hair

이 작업은 세계적으로 모피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동물 가죽과 모피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부과하는 흐름이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서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헤어샵을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머리카락을 손으로 세탁한 후 볕에 말리고 갈듯이 잘라내기를 반복했다. 동물은 인간이고 인간이 동물이다. 고통 앞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인간은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을 구분해 부당한 위계를 만들어 ‘종 차별적 사회’를 만들었다. 요즘은 물건을 소비하는 데에 가성비 만큼이나 물건이 얼마나 윤리적이고 환경적인지도 보는 추세이다. 파인애플의 잎에서 섬유를 뽑아내 만든 ‘피나텍스’, 선인장을 섬유화하고 압축해 만든 ‘데세르토’와 같이 동물 가죽도 인조 가죽도 아닌 식물 가죽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동물 가죽보다 가볍고 화학적이지 않으며 친환경적인 비건 가죽을 두고 동물 가죽을 고집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과 편견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브래지어와 머리카락이라는 재료는 섬뜩해 보이나 공상적이고 매혹적이다. 이 둘은 돈으로 사거나 매기고 교환 할 수 없는 개인적인 물질이며 각자의 체취와 습관 또는 취향에 따라서 달라진다. 인간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변천된 성장과 고뇌의 반복을 상징하고 또 환경에 따라 자의적으로나 타의적으로 이탈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페미니즘 측면에선 이들은 억압이기도 탈피이기도 하다. 

모든 권리는 작가 Hong Chaeng에게 있습니다.